오래 참았던 오줌 줄기 터져 나오듯 산수(山水)가 시원하게 뿜어내는 걸 보니 봄이 오긴 왔나 보다. 길고도 메마른 가뭄 견딘다고 사람이나 밭, 연못의 물고기들까지도 생고생을 했는데 최근 내린 봄비가 생각보다 많이 온 탓에 당분간 물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감자며 상추, 쑥갓에 치커리, 대파에 케일까지 빨리 먹고픈 그리움(?) 때문에 죽으라 씨앗을 넣고 나니 상추가 막 올라오고 있는데 오늘 아침 기습 한파가 와서 새싹들 잎사귀가 새파래지긴 해도 다행히 냉해는 아닌 것 같다. 농장 들어오는 길 섶에 참꽃이 붉게 물들어 있어도 찾아오는 길손 사라진지는 오래고 언젠가부터 참꽃 한 소쿠리 따다가 "두견주" 담그든 내 정성도 점차 식어가는 것 같아 봄이 와도 봄이 온 것 같지 않은 일상의 단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