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가 "나 맛있게 생겼죠?" 하며 유혹하는 모습이 한창때 구경하러 다녔든 홍등가 유리창 안 여인의 모습이 생각난다. 날씨가 또 추워진다 하니 김장을 언제쯤 하면 좋을지 집사람이 걱정만 하길래 밭에 나가 배추 상태를 보니 아주 좋다. 너무 탱글탱글 하지도 않고 적당히 단단한 게 속이 꽉 차 있다. 두 식구 김장이야 여남은 포기 면 충분하지만 해마다 나눠먹든 지인들이랑 아들놈 김장까지 해야 하니 서른 포기는 족히 해야 될 것 같아 보인다. 여름에 배추 모종 한 판 반을 심었지만 반 판은 뿌리 혹병으로 다 죽고 나머지 한 판은 제대로 살았으니 김장하고도 남는 생 배추는 또 다른 지인들 몫이다. 죽은 배추가 "항암배추" 품종이라 아쉽기는 하지만 .... 바쁜 김장 준비로 일손만 바빠진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