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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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냉이 물 김치 ....

​ ​ 농장 곳곳에 "돌 냉이"가 자라니 평소에는 아예 생각도 안 하고 있다가 초봄 만 되면 꼭 챙겨서 물 김치 담가 먹는 게 연례 행사가 되었다. ​ 김치야 집사람이 알아서 담가 주겠지만 돌 냉이에 달래 캐 주는 건 내 몫이다. ​ 시원하게 물김치로 먹어도 좋고 조금 익어 면 밥에 넣고 쓱쓱 비벼 먹어도 좋은 돌 냉이 김치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산촌이 좋은 건지 봄이 좋은 건지 .... ​ 연못 돌 틈에 올라온 "돌 미나리" 새싹을 조금만 잘라 넣어 미나리 향이라도 보태면 "돌 냉이" 물김치가 제 품격을 갖추게 되겠지. ​ 명색이 "혜촌 선생" 진짓상에 올라갈 건데 .... ​ ​

山村日記 2022.04.05

천사의 나팔 ....

​ ​ 춥다고 거실에서 따뜻하게 지낸 "천사의 나팔" 4월이 왔으니 바깥세상 구경을 좀 시키기로 했다. ​ 낮이야 따뜻하니 견딜만하겠지만 새벽에는 거의 1~3도의 추위를 어떻게 버티느냐는 제 몫이다. 어차피 이 산촌에서 오래 살아야 할 몸이라면 이렇게 이 지역의 기온에 견디고 성장하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기를 바라는 내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면서 ,... ​ 봄엔 밖으로 옮겨 심고 겨울엔 다시 거실로 옮기는 번거로움 보다 여름 내내 피어나서 독특한 향기를 풍겨주는 그 매력이 좋아 벌써 두 번 째 들락날락 시키긴 해도 언제까지 일지는 모른다. ​ 한 해 만에 나무 밑동이 저리 굵어졌으니 성장에 따른 화분의 크기도 문제지만 옮기는데도 혼자 힘으로 버거울까 걱정이다. ​ "천사의 나팔" .... 그윽한 그 향기..

山村日記 2022.04.03

혼자 살겠다는 젊은이들 ....

​ ​ 작업용 장갑이다. 몇 번씩 빨아 다시 사용하곤 하는데도 남은 게 없길래 "장갑이 다 됐다. 저번 건 많아 크더라 한 사이즈 작은 거로 사 보내라!" .... ​ 큰놈한테 카톡 했더니 택배가 왔는데 보니 M이다. 저번엔 LLX이더니 .... 손에 꼭 끼이긴 해도 한두 번 빨면 또 늘어나니 그냥 사용해야지 인터넷에 주문해 보내준 것도 고마운데..... ​ 흙을 안 만지고는 안되는 농사일이다 보니 장갑을 껴도 손이 거칠어지는데 안 끼고 맨손으로 일하면 손바닥이 갈라질 정도로 거칠어지니 장갑을 안 낄 수 없다. ​ 장갑 택배 와서 고맙다고 연락하니 이젠 일 좀 쉬엄쉬엄하면서 건강 좀 챙기란다. ​ 이럴 땐 듬직한 아들 있는 게 뿌듯하고 좋은데 요즘 시집 장가 안 가고 혼자 살겠다는 젊은이들 나중에 늙으면..

山村日記 2022.04.02

벚꽃나무 세 그루 ....

​ ​ 읍내만 나가도 벚꽃이 만발해 "작천정"에 꽃구경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루는데 우리 동네는 아직 겨우 눈이나 틔우는 정도다. ​ 2년 전 이곳에 임도(林道) 개설할 때 울타리에 심어 둔 벚꽃나무 모종 중 너무 간격이 좁거나 위치가 안 맞는 놈 세 그루를 다시 캐서 옮겼다. 황토 아래채 옆 비탈 중간으로 .... ​ 다 자라서 꽃이 필 때를 생각해서 충분한 간격을 두고 세 그루의 벚꽃이 만발해서 그 꽃그늘에 모여 벚꽃 잎 띄운 막걸리에 파전 안주하는 모습을 그리며 .... ​ 꿈이야 꽃다운 멋진 꿈이지만 저 벚꽃 나무가 살아 주어야 막걸리고 파전이고 이루어질 텐데 그날이 올 때까지 산촌의 일상이 유지되기를 소망할 수밖에 .... ​ 꽃 나무 심고 꽃 피길 기다리는 마음 그걸 바로 사랑이라 부르는 거겠지..

山村日記 2022.04.01

아! 잔인한 봄 ....

​ ​ 눈으로 보면 멀쩡한데 몸으로 부딪치면 비가 내리는 안개비가 하루 종일 일상을 적신다. ​ 그리움처럼 젖어 오는 봄비를 맞기엔 세월이 너무 지나버린 봄, 봄, 봄 그 봄이 몇 번째인지 .... ​ 춥다. 하늘 조각하나 보이지 않는 무거운 안개만 드리운 수줍은 봄의 틈새를 파고드는 매서운 겨울의 역습 이미 얼어버려 녹지 못하는 세월의 저 편 그 봄이 그립다. 많이 .... ​ 그래도 봄이라고 돋아난 "방아 잎" 새싹 믿을 수 없는 세월에 파랗게 질려 버렸다. 봄도 추울 때가 있구나 그리움도 잊혀질 때가 있구나 .... ​ 아! 잔인한 봄이여....

山村日記 2022.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