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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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농약 "촌놈 사과"를 ....

​ ​ 보통 도둑놈들은 도둑질하다가도 주인이 나타나면 36계 줄행랑을 치거나 숨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정상인데 우리 집 사과 도둑놈은 아예 배 째라! 다. ​ 사과 나무라야 전부 두 놈인데 한 놈은 처음부터 열매 맺을 생각도 안 하고 비스듬히 드러누웠고 나머지 한 놈이 2~30개 사과를 달고 있었는데 .... ​ 얼마 전부터 불그스레한 놈들이 몇 놈 보이길래 잘 하면 추석에 몇 개 맛보겠거니 군침을 삼키는데 웬걸 저 도둑놈이 벌써 네댓 개를 야금야금 작살을 내고 있다. ​ 농약이라고 구경도 못한 오리지널 "촌놈 사과"라서 먼저 본 놈이 임자라고 소문이 나서 그런지 몰라도 저렇게 능청스럽게 도둑질하고 있는 놈의 정체는 바로 자연계에서 악명 높은 "말벌"이다. ​ "도둑이야!!" 하고 쫓아내다간 내 힘이 달..

山村日記 2022.08.10

산촌의 어느 날 밤 ....

​ ​ 열대야가 춤을 추는 한 여름밤 느티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서 마른 쑥 모깃불 삼아 지나가는 솔 바람에 더위를 실어 보내는 일 이보다 더 좋은 피서가 어디 있으랴만 ​ 귀농하고 5년 차 까지는 저 풍경에 당연히 삼겹살 굽는 그림과 대여섯 명의 그림자가 어른거렸겠지만 그리고 5년, 또 5년이 지날 때마다 사라져가는 삼겹살과 인연의 그림자들은 사라지고 남아있는 건 그대, 그리고 나 .... ​ 함께 늙어가는 느티나무와 평상, 빛바랜 둥근 보안등이 세월의 흑백사진이 되어 매미 울음소리에 묻힌다. ​ 산촌에 살면 처음엔 도시의 인연과 함께 살아야 하고 새로운 산촌의 인연과 도시 인연의 융합이 될 듯하다가 어느 사이 사라져 가는 도시 인연의 냉혹함을 산촌의 자연이 다 품어주고 있음을 알게 된다. ​ 바람 불어..

山村日記 2022.08.08

8월의 태양 처럼 ....

​ ​ 옛날로 치면 "똥 수박"인데 요즘 말로 점잖게 부르면 "자연산 수박"이다. ​ 옛날처럼 수박 먹고 나온 씨앗이 대변에 섞여 밭에 싹이 나온 게 아닌 데다 무슨 연유인진 모르겠지만 밭고랑에 수박 싹이 나와 저만큼 자랐으니 이름하여 "자연산"이라 할 수밖에 .... ​ 수박은 한 뿌리 한 가지에 한 통씩만 달아 주어야 제대로 된 수박이 된다고 하던데 저놈 뿌리가 어딘지 잔가지가 얼마나 나갔는지 내일부터 수색을 좀 해 봐야겠다. ​ 몇 년 전에도 저런 "똥 수박"을 키우다 다 익었겠지 하고 회심의 칼로 배를 쫘~악! 갈랐는데 아뿔싸! 분홍빛 선명한 아직은 열여덟인 걸.... ​ 뭐 그래도 풋풋한 싱그러움과 달삭지근하기 직전의 그 맛도 잊지 못할 조각 난 추억의 세월이긴 했었다. ​ "똥 수박"을 금 수..

山村日記 2022.08.05

"오 폐수" 처리 관로 ....

​ ​ "오 폐수" 처리 관로를 우리 집까지 연결하기 위해 포클레인 3대, 작업 인부 9명이 이 더운 날씨에 사흘 동안 매달려 작업을 해 우리 집 울타리까지 왔다. ​ 저 집수정에 집 안의 화장실과 주방 생활용수 전부를 모아 360여 미터 떨어진 중앙 관로까지 보낸 다음 최종적으론 마을 전체 처리 시설에서 정화해서 하천으로 내 보낸단다. ​ 산촌에 살면서 자연을 보호하기 위한 울주군 당국의 환경 대책을 직접 체감해 보니 "태화강"이 왜 되살아 났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 실개천을 살리는 작은 일이 강을 살리고 바다를 살려 결국은 지구를 살린다는 의미 .... 그 시작과 끝이 바로 우리 집 배출구라는 사실이다. ​ ​ ​ ​ ​

山村日記 2022.08.04

홍당무의 화려한 변신 ....

​ ​ 어디 좋고 어디 좋고는 별개로 눈에 좋고 골다공증에 좋다니 더 이상 무엇을 기대하리오.... ​ 두 번째 홍당무 새싹을 솎아주는데 아직 뿌리에 잔털이 없으니 약효가 최상급일 터 잡화꿀 한 숟가락 넣고 우유와 믹서기로 갈아 놓으니 특유의 홍당무 냄새에 달달한 꿀맛이 죽인다. ​ 홍당무 순이 홍당무 뿌리보다 영양가가 많다는 것도 오랜 농사 경험으로 얻어들은 귀동냥이지만 솎아 낸 자투리 농산물의 재활용(?) 차원에선 엄청난 부산물이 되기도 한다. ​ 몸에 좋다는 게 어디 농산물 뿐이랴 .... 농로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비단풀 민들레 어느 하나 약초 아닌 것이 없는 금수강산이 아닌가?. ​ 홍당무의 화려한 변신을 함께하며 .... ​ ​ ​ ​

山村日記 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