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山村日記

한 여름 밤의 꿈

혜 촌 2020. 6. 26.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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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깃불용 쑥 말리는 일이야 그냥 저렇게

햇볕 잘 드는 툇마루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지만

집사람이 원하는 "실내용" 쑥은 간단하지가 않다.

 

한의원에서 이용하는 쑥 뜸과 같은 원리로

불 붙여 놓으면 서서히 타며 향기와 연기로 모기를 쫓는 거라 

마른 쑥 잎을 손으로 싹~! 싹~! 비벼서 뭉쳐야 하는데

쑥 잎 한 소쿠리 비벼 놓은 게 플라스틱 병 안에 저거다. 

 

연습 삼아 저놈을 탁구공만큼 뭉쳐서

접시 위에다 불 붙여 놓으니 쑥 향을 실내에 풍기며

한 20분 정도 타는데 모기가 죽는지는 모르겠다.

안 보여서....

 

문제는 저 쑥 잎을 비벼대는 방법인데

그냥 손으로 쓰윽쓰윽 비벼서는 어림도 없고

억센 자연석 위에다 대고 사정없이 비벼야

쑥끼리 어우러져 쑥 뜸처럼 된다.

 

아서라! 말아라! 그냥 쑥 대궁이째 모깃불 놓지

생고생 해 가며 실내까지  쑥향을 피울 건 아니다 싶다.

 

한 여름밤의 꿈을 오늘도 현실에서 만들어 가는

산촌(山村)의 유월이 쑥 향기에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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