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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가을"의 수줍은 물감 놀이가 한창인
산촌의 게으른 일상이 느티나무 밑에서 졸고 있다.
하늘 똥구멍 찔러가며 감 한 소쿠리 따다가
어설픈 칼 솜씨로 깎고 또 깎다가 지루하면
도토리묵에 재미 붙인 집사람이 도토리 떡 만든다고
부지런히 주워 모우는 도토리 껍질 까다가 ....
그래도 심심하면 무심하게 "돌확"에 떨어지며 흐느끼는
산수(山水)의 청아한 울음소리에 귀 기울이다 보니
막바지 9월의 이별 노래가 바람에 실려 온다.
이미 나무에서 홍시 된 감에는 무시무시한 땡벌이
주둥이 깊숙하게 박고는 도망갈 생각도 않는다.
천하에 도움 안 되는 네놈들 주기 싫어서라도
10월에도 나는 감을 깎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을을 위하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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