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준비하든 집사람이 갑자기 비상용 가스레인지를 끄집어내 불을 켠다. "소고기 국" 끓여먹자고 콩나물 다듬고 표고버섯 불리며 한참을 준비해서 잘 끓이다가 갑자기 가스가 똑! 떨어진 것이다. 산촌이라 "도시가스"는 그림의 떡이라 일주일에 한번 금요일에만 배달 오는 LPG 가스를 쓰는데 한 통에 4만 5천 원이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가스 한 통을 더 준비는 하고 있지만 날은 어둡고 바람은 미친 듯이 불어대는 영하의 밤 뒷마당 보일러실로 "가스통 교체하러 갔다오소!" 소리를 안 하고 그냥 비상용으로 국을 마저 끓인 거다. 내가 먹어 본 소고기 국 중에서 이렇게 맛있는 소고기 국은 처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