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왔다. 2~ 3센티의 적은 눈인데 바람은 황소바람으로 불어 연약한 애기 눈은 다 날려 가 버리고 꽁꽁 언 얼음 눈 만 남아있다. 해발 800에서 내려오는 수압으로 얼지 말라고 밤새 틀어놓은 산수(山水)는 허무하게 얼어 버렸고 거친 바람에 산촌의 일상도 직무정지(?) 당했다. 영하로 지탱하는 낮 기온에도 다행히 내려오는 옥상 탱크 물과 이 그릇 저그릇 미리 받아 둔 비상용수로 당분간 버티는 일상이 언제 끝날지는 이 한파가 지나가 봐야 알 수가 있을 것 같다. 아궁이 가득 밀어넣는 군불의 따스한 온기도 잔불에 구워 먹고싶은 군밤의 고소함도 하루 종일 악다구니만 방송되는 TV의 징그러움.... 일상에서의 자유로움과 세속(世俗)에서의 자유가 그리운 오늘 그날을 기다리는 달력의 마지막 숫자....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