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도 우리 엄마처럼 건망증이 심한가 보다 지구를 청소하다가 수도꼭지 잠그는 걸 잊어버린 모양이다"라는 "조영주" 시인의 "장마"라는 시(詩)가 생각나는 요즘 빗속에 보드랍게 큰 콩 잎으로 물김치 담그는 양념물에 얇게 썬 양파와 빨간 고추, 파란 고추 켜켜이 넣어 "콩잎김치"를 또 담갔다. 내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장마 속에서 겁나게 자라는 채소들을 속절없이 늙힐 수 없어하는 궁여지책이기도 하다. 부추, 애호박, 감자, 풋고추, 부침가루의 대동단결에 죽어나가는 소주의 운명이 안타까운 산촌(山村)에 오늘도 밤 비가 하염없이 내린다. 그리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