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옷 잘 입고 잠든 느티나무가 밤새 옷을 홀라당 벗겨진 채 나목(裸木)이 되었다. 미친 바람이 지 욕심 채우려고 사정없이 벗겨 놓고는 아직도 미련이 남았는지 마당을 빙빙 돌며 서성이고 있지만 속절없이 당한 느티나무는 부끄러움과 추위에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덜덜 떨고 만 있다.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든 이 지방 해갈에는 한참 못 미치는 양이지만 그래도 채소들에게는 급한 데로 목 추김 정도는 된 것 같지만 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는 완전 초겨울 날씨다. 겨울로 가는 길 .... 옷깃은 여미고 마음은 열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