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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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애비 과부는 지나쳐도 ....

혜 촌 2019. 3. 1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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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그친 화창한 날씨에 어울리지 않게

늘그수레한 사람이 집 뒤로 돌아간다.

손에는 칼을들고....


보통 도둑이나 강도 같어면 집 안으로 갈텐데

뒤로 돌아가는 폼이 영 수상하다.


한참을 집 뒤에서 혼자 쭈굴시고 앉아

뭔가를 칼질하다가 나오는 손에

들려있는게 바로 요놈들이다.




항암식품이며 몸을 보해주고 기침과 천식

특히 미세먼지 배출에 효과가 탁월하다는

"머위" 새 순들이다.


봄이 좋긴좋다.

내가 무슨 강도는 아니지만 칼 한자루만 들고나서면

몸에 좋은 나물부터 맛있는 나물까지

고루고루 챙겨올 수 있으니 말이다.


하긴 저놈들 입장에서는

갓 태어난 어린 새싹들을 모질게 잘라가니

내가 강도보다 더 한 놈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짤끼고 "날 좀 잡숴보소" 하고

도저히 참을 수 없도록 먼저 유혹한건 지놈들인데....





요놈들은 2차 수확에 희생된 놈들인데

비온뒤라 밭 고랑 여기저기에서 파랗게 춤추니

홀애비 과부는 지나쳐도 이건 챙겨야지....


칼 든 강도보다 칼 안든 강도가

더 많은 세상

순진한 강도의 봄날은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