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카테고리 없음

함께라는 그리움 때문인가.... 1278.

혜 촌 2009. 9. 23. 14:19
728x90

 

 

비 그친 산촌에 안개구름들이 유유히 노니는 무료함이 가득하다.

새벽부터 내린 비래야 겨우 땅 껍데기를 적신 정도지만 그래도 내가

물 뿌릴려면 사흘은 꼬박 뿌려야 할 일거리니 채소들에겐 옥수(玉水)다.

 

까치들이 먹다남은 저 옥수수도 수확해야 하지만 비에젖어 말려야하고

이슬처럼 메달려있는 빗물이 마르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게없는 일상이라

멍하니 시간만 꺼꾸로 돌려가며 축내고 있을 수 밖에....

 

오늘이다 싶어 만지작거리다 보면 어느새 어제로 변하고

내일이다 싶어 기다리면 순식간에 오늘이 되어버리는 시간

인연이다 싶어 영혼까지 다 맡겼어도 모래알 처럼 빠져나가는 사랑처럼

부질없는 인간의 꿈인지도 모른다.

 

젖은 깃털을 말리려는 산새들의 요란한 지저귐과

잎사귀에 고여있는 빗물을 온몸으로 흡수하려는 채소들의 몸짓으로도

멈출 수 없는 그 시간의 흐름이 정지된 산촌에 고요가 흐른다.

그리운 그 때 그 시절로 돌아 간 내 마음속에서....

 

바라만 보아도 좋을 자연속에서 가져도 본 전원생활이지만

기다림의 끝이 보이지 않는 건 함께라는 그리움 때문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