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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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손으로 설겆이 하기도.... 1142.

혜 촌 2009. 4. 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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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지나고 나니 원두막 장판도 기름기가 빠져 다 일어나고

엉망이라 읍내에 가서 장판용 스펀지를 사 왔다.

거금 2만원주고...ㅎ

 

언젠가 삼겹살 구워 먹는다고 화로불을 장판위에 바로 올리는 바람에

동그랗게 구멍 난 스치로폼도 잘라내서 메꾸고 신혼방에 장판 깔 듯

정성스레 새로 쫙~ 깔았다.

먼 길 찾아 온다고 피곤한 선녀님 편히 쉬라고....

 

 

스펀지 장판을 다 깔고나니 폭신폭신한게 깨끗해서 그냥 들어눕고

싶은 걸 참고 앞 산에 올라 버팀목 나무를 잘라다가 껍질 벗끼고

다듬어서 저렇게 받쳐주었다.

 

원두막도 주인 닮았는지 연식이 오래 되었다고 조금씩 기울어서

벌써부터 버팀목 받쳐 준다는게 이제서야 겨우 실천에 옮겼다.

 

저걸 혼자서 받쳐준다고 지렛대로 밀고 당기고 생 똥을 싼 것도

그렇지만 혼자라는 건 좋을 때 보다 불편할 때가 더 많은가 보다.

나무 껍질 벗기다가 왼 손등을 다쳤는데 피는 나오지 약은 발라야지

한 손으로 반창고 떼서 부쳐야지....

 

대충해서 지혈이 될 때 까지 기다렸다 다시 약 바르고는 했는데

한손으로 밥은 먹었는데 설겆이가 문제다.ㅎ

한손으로 설겆이 하기도 그렇고....

 

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될 일도 시작만 하면 끝을 봐야하는 요놈의

성질을 고치지 않는 한 요 정도 상처는 천만다행이지 뭐...

 

우쨌기나 속이 후련하다.

폭신하고 깨끗한 원두막에서 선녀를 모실 수 있게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