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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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겨주지 못하는 내 현실과 마음이.... 1713.

혜 촌 2011. 12. 14.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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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마당의 오후 풍경이다.

 

덫에 치어 죽다가 살아 난 갑순이는

읍내 병원에 가서 77000 원을 가뿐히 깨 묵고 누워있고

하루 달걀 하나밖에 안 놓는 요 간 큰 달구새끼들은

눈치도 없이 여기까지 처들어와서 약 올리고....

 

가축병원....

참 묘한 느낌이다.

X레이를 두 판이나 찍더니만 다리뼈가 부러졌는데

수술해도 덫에 있던 녹 찌꺼기 때문에

다리를 절단해야 될지도 모른다면서 수술비에 입원비에

가뿐히 30만원인데 더 들수도 있단다.

 

생명을 돈으로 계산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지만

친구 집 근처에 버려 진 유기견을 데려 와 키우는 처지에

30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서 갑순이를 치료한다는게

그것도 완쾌를 보장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결국 77000 원의 치료비를 부담하고

주사 2대를 맞추고 약 9일분을 받아 왔는데

갑순이 스스로의 노력과 자연 치료효과를 기대하면서

최소한의 항생제 정도만 내가 제공키로한 것이다.

 

안타깝다....

최선의 치료라도 받도록해 주어야하는 게 내 몫인데

그걸 챙겨주지 못하는 내 현실과 마음이....

 

군불때는 아궁이 앞에 임시로 마련한 갑순이 잠자리가

내가 해 줄 수 있는 유일한 배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