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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주 내외분이 다녀 가셨다.
라면을 큰 박스로 한 박스 사 오셨지만 손님대접을 라면으로
하기는 뭣해서 없는 찬이지만 밥을지어 식사를 차렸는데 요모양이다.
그래도 다행히 작년에 심었던 자리에 상추가 몇포기 나 있어서
그놈을 뜯어 씻고 비장의 씨레기국에다 재 작년 김장김치 한 포기 썰고
콩잎 장아찌에 배추 물 김치....
진수성찬은 아니지만 전형적인 시골밥상이라고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마음은 편한데 철이 철이니만치 제대로 차려드리지 못해 죄송스럽다.
부산에서 사업을 하시는 바깥 분은 온순하고 서정적인데 비해
얼음공주님은 매사 적극적이고 활달하면서도 농사 일 하나는 끝내주게
잘 하시는데 시골출신이 아니면서도 어깨넘어로 배운거란다.
잡초가 무성한 묵혀 둔 고랑을 거침없이 호미로 풀메기를 하는 솜씨가
10년이 넘은 내 솜씨보다 훨씬 빠르고 섬세하다.
덕분에 나도 한 고랑 따라해서 거뜬히 두 고랑 잡초 제거했으니 땡 잡은 거다.
늘 하기싫어 망설이고만 있었든 고랑인데....
보통 손님들은 원두막에 쉬면서 가져 온 이것저것 챙겨 먹어며
이야기로 놀다 만 가는 바람에 막상 나까지도 땡땡이 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렇게 농사 일 까지 도와주고가니 이게 바로 금상첨화다.
혼자라는 무료함도 달래주고 일도 곱베기로 하고....
가까우니 자주 들려서 도와주겠다는 말도 고맙지만 아무 볼거리도 없는
산촌에 찾아주는 마음이 더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