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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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줄기가 아닌 열매에.... 1290.

혜 촌 2009. 10. 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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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찔레향기가 모여 까치밥이 되었다.

보고싶다고 정말 보고싶다고 말 한마디 전할 수 없어서 애닮음으로 보내버린 세월이

또 흘러가고 있다.

 

저 점점이 흩어 진 자신의 위치에서 한 뼘도 움직일 줄 모르는 도도함과

붉게 타 들어가는 자신을 알면서도 터질 때 까지 버티는 고고한 이기심의 찔레 꽃

차라리 줄기가 아닌 열매에 가시를 달지.....

 

찔레꽃의 열매인 까치밥이 지천에서 익어가지만

정작 까치놈들은 감나무에 매달려  맛 좋은 홍시만 축내고 있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붉은 정열을 속으로만 익혀가는 찔레꽃의 저 모습이 가을인가 보다....

 

가을......

수확할 건 있어도 씨 뿌릴 순 없는 계절인 것 처럼

차마 먼저 말 전하진 못해도 날 밤 새며 기다리는 그리움이 오늘 또 내일로 이어지지만

무심한 까치처럼 달콤한 현실로 날아다니는 세태속에 까치밥은 익어간다.

 

전원생활을 하면서도 산악 오트바이로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몇몇 사람들의 알수없는 마음을

저럴바엔 왜 산촌에 사느냐와 그럴수도 있다는 공감을 휘휘~섞어 마시며 나눈

지인과의 막걸리 안주는 쫀득쫀득하고 떨뜨름하지만 감칠 맛 나는 

오리지날 토종 도토리 묵 한 접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