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카테고리 없음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1201.

혜 촌 2009. 6. 18. 14:08
728x90

 

 

배추 꼬라지가 꼭 내 꼬라지 같다.

비가 안 와서 목이말라 비틀어 진 지 모습이

기다림에 목이말라 타 버린 내 마음과 꼭 닮았다.

 

주말에 비가 온다고는 하나 저 목마른 배추가 그때까지 견뎌줄지

비가와도 정상적인 배추로 회복이될지 걱정스럽다.

 

여름배추를 잘 안 심는 내가 한 포기에 5천원이 넘는 걸 보고

시험삼아 한 판 심긴 심었는데 이렇게 가물 줄 누가 알았으랴...

돈에 눈이 어두웠던 나를 벌 주는게지.

 

열포기면 5만원, 100포기면 50만원....

무지개 빛 꿈 꿀 때가 좋았지 지금은 2천원도 겨우 하는 걸

죄 없는 배추만 이 땡볕에 살기위해 생 똥을 싸고있다.

 

병 든 할배 오줌줄기같이 찔찔거리는 산수로 몇 모금 나눠주려해도

논이 타 들어간다고 아우성인 이웃을 두고

배추 몇 포기 살리겠다고 사막에 물 붇듯 부질없는 짓을 할수도 없고

배추도 타들어 가고 내 마음도 타 들어 간다.

 

인근 면에선 이장들이 모여 기우제를 지냈다는데

비 예보를 미리알고 지내는 속셈이 눈에 뻔히 보였지만

그 덕에라도 비가 좀 제대로 와 주었으면 좋겠다.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심정이니....

 

주말에 비가 내리면 기다림으로 타 들어가는 내 마음도

촉촉하게 적셔 줄 수 있을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