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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 뒤라 땅이 제법 촉촉할 줄 알고 고추모종을 심었는데
워낙 강우량이 작은데다 햇볕이 한 여름처럼 내려쪼이니
고추들이 헥헥 거린다.
고랑에 비닐이라도 씌웠으면 수분증발이 덜 하겠지만 비닐 덮는 걸
죽어라고 싫어하는 내 취향상 그대로 심었는데 그 덕분에 모종에
물 주기는 좋다.
연못에서 한 바케스 퍼 와서는 포기마다 한 바가지씩 서비스하니
목 마른 고추들이 금방 생기가 살아난다.
고랑에 비닐 안 씌운 걸 집사람이 알면 그 풀 들 누가 다 멜거라고
또 그랬냐고 난리가 나겠지만 내 땅 숨 막히는 꼴 보는 내가 더 답답하기에
죽을 때 죽더라도 누드고랑을 고수했다.
이제 저 고추들이 자라서 총각이 될 때 쯤 황토방도 완성될테고
누군가 첫 손님으로 오게되면 저 총각고추도 맛볼 수 있을텐데
은근히 궁금해 진다. 누굴까?...하고.
내일을 위해 언젠가를 위해 준비하고 씨 뿌리는 산촌의 단조로운 일상이지만
그속에는 기다림이 있고 배려가 있고 사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