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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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후배를 둔 건지 좋은 동네에.... 1477.

혜 촌 2010. 6. 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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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전 같던 기둥들을 하나씩 잘라내기 위해 동네 후배가

엔진톱으로 열심히 일하고있다.

다방면에 손재주가 뛰어난 건 알지만 목수 일까지 하는줄은 몰랐는데

여울이네 가게에서 맥주 한 잔 하다가 우연히 만나 "야! 요새 뭐하노?" 했더니

"백수 아잉교.." 하길래 " 그라먼 내일부터 내 일 좀 도와주라.." 했더니

"알았심더. 내일 아침에 갈께요."...

 

그렇게 시작 된 후배와의 작업이 사흘간 계속됐다.

지는 "앞모도"하고 나는 "뒷모도"하고....

 

삐딱했던 기둥을 바로 세우는 것 부터 온갖 기계와 측량도구(?)를 총 동원하더니만

기둥이 워낙 굵어서 상대적으론 좀 부실해 보이지만 완벽한 지붕 골조공사를 마쳤다.

내가 한 일이라곤 "뒷모도"와 서까래용으로 사용한 각목에 기계 대패질 한것밖에 없는데...

 

 

일 한다고 바빠서 사진도 못 찍고있다가 뒤풀이 소주하다가 생각나서

찍은 사진이지만 저 만큼이라도 만들어 놓고보니 제법 집 뼉따구 같아보여 좋다.ㅎ

 

가장 중요한 흙집의 골조를 세웠으니 나머지는 또 혼자 대충(?)할 수 있을것 같아

일 마치고 저녁 겸 술 한잔하면서 "야! 수고했다. 니 일당은 없고 장비값하고

내 도와 준 고마움이다" 하면서 봉투에 50만원을 넣어서 줬다.

 

그랬드니 "형님! 고맙습니다!" 하고 챙겨 넣어야 정상인데 이 친구 그 돈을

일일히 세어 보드니만 " 형님!  이거만 받을랍니다.  내 일 한게 요것만큼이니까

이거는 돌려 받어소!" 하면서 5만원을 기어코 돌려준다.

몇번을 만류했지만 막무가내인 후배를 보면서 노가다 인건비 줬다가 많다고

돌려받은 경우도 내 평생에 처음이라 어안이 벙벙하면서도 즐겁다.

좋은 후배를 둔 건지 좋은 동네에 사는건지 모르지만....

 

고맙고 흐믓한 마음에 소주병 자빠지는 숫자는 기억이 안나도

안주로 만들어 낸 삼겹살 고추장 구이 하나는 정말 맛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