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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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잘못보다 더 중요한게.... 1337.

혜 촌 2009. 12. 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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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가 위로 자라봐야 감 따기만 불편하고 옆으로 키울려고 사정없이 잘라 버렸드니

보기에는 시원해서 좋았는데 어제 밤 부터 찬바람이 미친듯이 불어 나무에게 좀 미안스럽다.

사람 머리도 금방 깍고나면 뒷꼭지가 서늘한데....

 

겨울이 추워야 제맛이라곤 하지만 이렇게 세찬 바람이 부는 날은 왠지 어수선해지는 마음에다

외로움을 넘어 선 고독이 밀려 와 가장 견디기 힘든 시간이 된다.

특히 주말이라는 여유공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으로....

 

평소같어면 석양일배주에 세상만사를 안주삼아 막걸리나 함께 마실 임천선생도

집안 묘사라고 하동으로 가고 없고 혼자 구둘장 짊어지고 귀신 곡소리 처럼 울어대는

바람소리 들어주기엔 겨울밤이 너무 길다.

 

그렇다고 집에 내려 가 봐야 철없는 며느리가 일어킨 평지풍파의 후유증으로

아직도 냉냉한 분위기가 살얼음이라 모른척 처신하기가 불편하기 짝이없다.

아직 1년밖에 안된 며느리에게 잔소리 하기엔 남아있는 세월이 너무길고....

 

심장수술 후 별 탈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왔었는데 얼마 전 부터 간혹 찾아오는

약간의 통증과 이상징후를 느끼는 걸 보면 말은 안해도 며느리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있는 것 같지만 아들놈이나 집사람, 아무에게도 알릴수도 없다.

괜한 걱정으로 나까지 온 집안을 불편하게 하고싶지 않아서다....

 

늘어나는 담배 개피 수 만큼 줄어드는 내 삶의 시간보다 더 안타까운 건

그동안 며느리에게 주었던 내 마음을 거두어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이다.

잘 잘못보다 더 중요한게 가족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