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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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인데.... 1442.

혜 촌 2010. 4. 19.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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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자신의 꽃 조차도 내놓기가 부끄러워 잎사귀 뒤에다 초롱처럼 피우는

둥굴레 새싹이 저 무거운 흙을 밀어올려 그 틈새로 세상에 나온다.

 

날씨가 아무리 변덕스러워도 오는 봄을 막지는 못하고

세상이 험해도 살아있는 진실과 사랑을 외면하지 못하듯

이렇게 봄은 우리곁에 이미 와 버렸다.

 

황토방 기초 터 다져 놓은곳에 비라도 좀 와서 땅을 굳게 해주면 좋겠다 싶었는데

잔뜩 흐린하늘이 마음만 무겁게 만들고 비가 올 기미는 없다.

오랄때는 안 오고 오지말랄때는 지멋데로 오는것이...

 

예년같으면 봄이라고 온갖 새싹 옮기고 씨앗뿌리며 집안단장과

여름에 찾아오는 손님을 위한 먹거리 심기에 한창일텐데

느닷없는 황토방 공사를 시작해 놓으니 농장전체가 엉망이다.

 

곳곳을 포크레인으로 파 뒤집어 놓았지 자연석과 블록들이 산더미 처럼 쌓였지

이 구석 저 구석에 잡다한 물건들이 나딩굴어 전쟁터 비슷하다.

날씨가 개판이라 내 사는꼴도 닮아가는지는 모르겠으나

하나 하나 안정을 찾아가야지 계속 이러다간 마음마져 혼란스러워질까 걱정이다.

 

연약한 둥굴레도 마른땅을 뚫고 저렇게 씩씩하게 나오는데

그깟 황토방 하나 짓는일로 갈피를 못잡고 혼란스러운걸 보면

몸이 피곤하거나 마음이 외롭거나 아님 꾸리무리한 날씨 탓인지도 모른다.

 

다 잘 먹고 잘 살자고 하는 짓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