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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이 느티나무 잎으로 김장배추에 바코드를 새기고있다.
해마다 배추를 절여서 씻다보면 배춧잎 사이에 느티나무 잎이 몇개 씩 들어 가 있는데
바로 산촌의 혜촌표 배추라는 걸 알리는 바코드다.ㅎ
씻어내기는 좀 귀찮아도 저 정표는 마당에 있는 느티나무잎이 바람에 날리어
배추 밭으로 간 것인데 노란 배추속에 들어있는 낙엽의 모습에서 진한 향수와
정감어린 산촌의 체취를 느낄 수 있다는 건 나만의 특권이다.
바코드....
온 세상이 다 바코드를 붙이고 바코드로 식별되는 시대라서 그거 없으면
현실에서 뒤처지는 것 같은 느낌이 싫었는지 산촌도 스스로 자연 바코드를
붙이기 시작 한 것일까....
바람불어 좋은 날 수많은 나뭇잎이 바코드로 날아 다니며 산촌을 각인시키지만
정작 새겨야 할 선녀의 바코드는 무엇인지 아직도 모른다.
꽃 일까? 산딸기일까? 하얀 민들레 홀씨일까?....
어쩌면 바람일지도 모르겠다.
있어도 못 느끼고 없어도 늘 함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