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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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수라상 하나도 안 부럽다..... 1120.

혜 촌 2009. 3. 6.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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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 고랑 만큼이나 긴 올해 농사의 시작이다.

작년에 김장배추 심었던 곳에 소쿠리로 거름을 깔고

호미로 뒤집어 가며 고랑을 만들어 나가려니 죽을 지경이다.

 

게다가 무슨놈의 봄 바람은 이렇게도 세차게 부는지

이런 봄 바람 났다가는 집안 망치게 될 것은 뻔한 이치다.

이따구로 세찬데 견뎌 낼 집구석이 어디 있겠나 싶다.

 

바람쟁이 남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돈 많고 자식없고 명 짜른 과부"라도 있으면

살살 꼬셔가지고 트랙터라도 한대 사 달라고 조를텐데

저 밭을 일일이 손으로 다 일구어야 할 일이 꿈 만 같다.

 

작년같으면 여울이네 한테 한바퀴 휘~ 갈아달라고 하고 싶지만

지금은 근무지가 먼곳으로 바껴서 지코도 석자라 내 일까지 해줄 여력이 없고

그렇다고 저 아까운 땅을 놀릴수도 없고....

 

 

힘은 들어도 호미로 깔짝거리니까 의외의 소득도 있다.

고랑 여기저기에 자라던 냉이가 호미끝에 걸려 수월하게 딸려 나온다.

 

봄의향미를 듬뿍 머금은 냉이인데 아직 어려서 보드랍기는

애기들 속살같다.

 

두부 덤벙덤벙 썰어넣고 고로쇠 된장 한 숟갈 풀고

멸치가루와 새우가루로 한참을 끊이다가 냉이 한줌 집어넣은 된장 맛에

점심을 먹은건지 봄을 먹은건지 모르지만 임금님 수라상 하나도 안 부럽다.

 

냉이 저놈 다듬는 건 영~ 마음에 안 들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