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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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장춘몽이 될지 세옹지마가 될지는.... 1539.

혜 촌 2011. 3. 10.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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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병아리 부화사건의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날이 따뜻해지자 갑자기 알을품던 암닭이 꼬꼬덱!~~ 꼬꼬덱!~~하며 튀어나와

다른 닭들이 놀고있는 밭 쪽으로 가길래 잽사게 닭장에가서

도대체 어떻길래 아직도 병아리가 오리무중인지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아니나 다를까 들여다 본 통 안에는 무려 스물세개의 알을 품고있었는데

다른 놈들이 들어와서 낳아 준 알들을 모두 품고 있었던거다.

지 품안의 수용한계를 훨씬 넘어서...

 

게다가 그동안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바닥에 깔린 들깨껍질도 싸늘한게

내부환경이 영~열악하다.

잽사게 품고있던 알을 들어내고 보온재를 깐 다음 마른 들깨껍질로

새로 자리를 만들고 알을 다시 넣어 놓는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암닭이 다가와서는 난리가 났다.

지 집 건드리고 알 빼 가는가 싶어...

 

 

그렇다고 슬거머니 물러 설 나도 아니고 비켜주는 척 하며 무작위로

품던 알 네개를 훔쳐나와 사정없이 삶아 보았다.

과연 병아리가 되어가는 중인지 말짱 황! 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정밀조사에 들어간거지 뭐.

 

분명 2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아리는 커녕 흰자와 노란자가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러나 잘라놓은 계란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 한 알은 일반알과 같이

노란자가 선명하게 가운데 모여있고 나머지 세 알은 노란자가 전부 한쪽면이

흰자 바깥쪽으로 몰려있는데다 노란자 크기도 많이 부풀어있는 걸 볼수있다.

생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어파피 삶은거라 두가지 다 맛을 보는데 오른쪽 한 알은 일반 알과 맛이 똑 같고

노란자가 부푼 나머지 세 알은 맛은 비슷하지만 조금 퍼썩거리는 느낌이 들기는한데

모르는 사람이 맛을보면 거의 못 느낄 정도였다.

 

정밀조사끝에 내린 병아리 부화사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1.유난히 추웠던 기온에 비해서 부화장 환경이 열악해서 온도유지에 실패했고

2.다른 닭들이 수시로 알을 낳아주고 가는 바람에 제 품에서 적정온도를

  유지시킬 한계를 초과했고

3.알 들이 썩지않고 그대로 또는 변화가 있는 건 암닭이 소수의 부화를 거부하고

  전체 알들이 얼지만 않도록 보호노력에만 집중한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는 21일이 사흘이나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알 품기를 고집하고

  다시 통속에 들어앉아 모성애를 발휘하고 있는 점을 들수있다.

 

이상의 결과로 볼 때 실패라고 단정짓기엔 이르고 어미닭의 의지와 선택에

병아리들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일장춘몽이 될지 세옹지마가 될지는 하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