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병아리 부화사건의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날이 따뜻해지자 갑자기 알을품던 암닭이 꼬꼬덱!~~ 꼬꼬덱!~~하며 튀어나와
다른 닭들이 놀고있는 밭 쪽으로 가길래 잽사게 닭장에가서
도대체 어떻길래 아직도 병아리가 오리무중인지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아니나 다를까 들여다 본 통 안에는 무려 스물세개의 알을 품고있었는데
다른 놈들이 들어와서 낳아 준 알들을 모두 품고 있었던거다.
지 품안의 수용한계를 훨씬 넘어서...
게다가 그동안 날씨가 추워서 그랬는지 바닥에 깔린 들깨껍질도 싸늘한게
내부환경이 영~열악하다.
잽사게 품고있던 알을 들어내고 보온재를 깐 다음 마른 들깨껍질로
새로 자리를 만들고 알을 다시 넣어 놓는데 어느새 눈치를 챘는지
암닭이 다가와서는 난리가 났다.
지 집 건드리고 알 빼 가는가 싶어...
그렇다고 슬거머니 물러 설 나도 아니고 비켜주는 척 하며 무작위로
품던 알 네개를 훔쳐나와 사정없이 삶아 보았다.
과연 병아리가 되어가는 중인지 말짱 황! 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정밀조사에 들어간거지 뭐.
분명 20일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아리는 커녕 흰자와 노란자가
그대로인 것 같다.
그러나 잘라놓은 계란을 자세히 보면 오른쪽 한 알은 일반알과 같이
노란자가 선명하게 가운데 모여있고 나머지 세 알은 노란자가 전부 한쪽면이
흰자 바깥쪽으로 몰려있는데다 노란자 크기도 많이 부풀어있는 걸 볼수있다.
생명으로 진화하는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어파피 삶은거라 두가지 다 맛을 보는데 오른쪽 한 알은 일반 알과 맛이 똑 같고
노란자가 부푼 나머지 세 알은 맛은 비슷하지만 조금 퍼썩거리는 느낌이 들기는한데
모르는 사람이 맛을보면 거의 못 느낄 정도였다.
정밀조사끝에 내린 병아리 부화사건의 진상은 다음과 같다.
1.유난히 추웠던 기온에 비해서 부화장 환경이 열악해서 온도유지에 실패했고
2.다른 닭들이 수시로 알을 낳아주고 가는 바람에 제 품에서 적정온도를
유지시킬 한계를 초과했고
3.알 들이 썩지않고 그대로 또는 변화가 있는 건 암닭이 소수의 부화를 거부하고
전체 알들이 얼지만 않도록 보호노력에만 집중한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로는 21일이 사흘이나 지났음에도 계속해서 알 품기를 고집하고
다시 통속에 들어앉아 모성애를 발휘하고 있는 점을 들수있다.
이상의 결과로 볼 때 실패라고 단정짓기엔 이르고 어미닭의 의지와 선택에
병아리들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생각된다.
일장춘몽이 될지 세옹지마가 될지는 하늘의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