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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동네 경로당에서 읍내에 고기 먹어러 간다고
차도 좀 태워주고 같이 가자길래 집사람하고 따라나섰다.
어른들이 그냥 태워달래도 당연히 모셔야 하는데
경로당 경비로 회식을 하면서도 여울네와 우리, 또다른 동네 젊은댁 두 부부들을
초청해서 함께 갔는데 이번이 벌써 두번째라 고맙기도하고 미안키도 하다.
어른들이야 읍내까지 차 편을 그냥 이용하기 뭣해서
같이가자고 하셨겠지만 우리들은 매번 얻어먹기만 하고
한번도 대접을 못해드려서 송구스럽기만 해
네 집에서 얼마씩 추렴을해서 전달키로 했다.
다음 회식 때 보태 쓰시라고....
수입 소고기지만 양 껏 드시고 소주 한잔씩 거나하게 걸치신 어른들이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흥이 나셨는지 차례로 노래를 부르시는데
90세나 되신 할머니의 노랫가락이 가장 멋들어졌다.
"이가 빠지면 박 씨를 끼우고
머리가 희면 숯 껌정을 칠하고
아가들 노는 곳에 찾아갔드니 같이 놀아주지도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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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로 옷 해 입고 산속에나 누울란다."
가사내용이 명확치는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의 노래였는데
내 평생 처음 들어보는 노래였다.
가사내용은 슬프지만 고령에도 불구하고 신이나서 부르는
할머니의 노랫가락에 살아 온 삶이 그대로 녹아있다.
밭 고랑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방울 토마토 처럼
옹기종기 모여 정답게 살아가는 산촌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