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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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가 하던 것 처럼.... 1349.

혜 촌 2009. 12. 21.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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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새벽 2시 몇분인가가 동지(冬至)라고 미리 끓인 팥죽이다.

저 붉은 팥죽 빛깔이 귀신을 쫓고 한 해의 액운을 소멸한다고 집 모통이나

부엌, 변소간에다 뿌려왔던 관습대로 농장 구석구석에도 정성껏 뿌려주란다.

 

나이만큼 새알을 먹어야 된다고 억지로라도 건저 먹어면서 숫자를 헤아리던 시절이

엇그제 같은데 이젠 한그릇을 통채로 다 먹어도 새알 숫자가 내 나이를

못 따라오니 두 그릇 먹을수도 없고....

 

철없던 시절에는 달달한 팥죽 국물만 더 먹을려고 맛 없는 새알 먹기를

그렇게 싫어했는데 지금은 그 새알을 다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건

배 부른건 둘째 치더라도 다 먹어라고 다구치던 "엄마"가 없기 때문이다.

 

엄마....

울 엄마가 끓여주던 팥 죽도 식어면 저렇게 엉그름이 쩍 갈라지곤 했었는데.....

 

소금빼곤 전부 내가 생산한 재료로 만든 동김치를 아무리 먹어봐도

그때 그 시절에 엄마가 만들어준 동김치 맛에 못 미치는 건 엄마를 보고픔이

미각의 의미를 넘어 선 것이리라....

 

세월.....

약이랬댔지.

단약,쓴약,떪은 약 다 먹어 온 시간들이 세월이라는 공간에선 한 그릇

동지팥죽으로 남는다.

 

날이새면

나도 저 동지팥죽을 농장 구석구석에 한 숱갈, 두 숱갈 정성스레 뿌릴것이다.

울 엄마가 하던 것 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