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카테고리 없음

운무가 숨겨버린 산촌이라.... 1118.

혜 촌 2009. 3. 3. 14:25
728x90

 

 

오전까지 내리던 눈이 비로 바뀌면서 나무위의 눈은 다 녹아버리고

밭 고랑에만 잔설이 어지럽게 남아있다.

한마디로 겨울 동장군이 맥도 못추고 녹아내리는 처참한 모습이다.

 

이런 날이면 산촌의 일상은 멈춰버리고 스물스물 기어나오는 외로움의 수준이

고독의 경지까지 상승한다.

 

고로쇠 물도 못 빼지 채소 씨앗도 못 뿌리지 할 일이라곤

묵은김치 한 조각 끄집어내어 부침가루 듬뿍 묻혀서 김치전이나 구워

막걸리 한사발에 고독을 타서 마시는 일 뿐이다.

 

그래도 심심하면 황토방 구둘목에 삭신을 눕히고

아직은 유효기간이 남은 이 껍데기 저 껍데기나 지지는게 상책이다.

그도 지루하면 한 코 기리면 되고.....ㅎ

 

산촌에 봄이오는 길은 생각보다 멀고 힘이 드는지

바깥엔 벌써 활짝 핀 매화꽃도 뽀뽀를 처음하는 숫처녀 처럼

꽃술을 벌릴 줄 을 모른다.

담배냄새가 싫어서 일까?....ㅎ

 

파란 하늘이 보고싶고 찬란한 햇살이 그리운데

짙은 운무가 숨겨버린 산촌이라 선녀도 못 찾아오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