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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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못하면 내일하면 되니까... 1327.

혜 촌 2009. 11. 23.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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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의 계절이다.

탐스런 고추를 달았던 고춧대나 푸른 잎으로 녹음을 자랑했던 느티나무나

모두 발가벗은 알몸으로 햇살을 즐긴다.

 

머지않아 황토방 아궁이의 땔감으로 사라질 고춧대지만 찬란했던 여름의 추억을 뒤로한채

다가올 숙명을 조용히 기다리는 모습이 처연스럽다.

함께 얼키고 설켰던 잔 가지의 수많은 사연들을 뒤로한채....

 

한 해의 농사가 끝난 산촌의 단조로운 일상을 봄을 기다리는 준비의 계절로 맞아야하는 내겐

또 다른 일거리가 산적해 있다.

고춧대며 옥수숫대 다 뽑아서 태워야하고 밭에 깔린 비닐 걷어낸 자리 소똥거름 한번 더 깔고

동네 일손빌려 트랙터로 갈아엎고 로타리 치고....

 

봄에 무엇을 심을까...보다 최소한 심을 준비까지는 이 겨울에 해 두어야

바쁜 봄날의 일손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감나무랑 온갖 과일수 전지작업도 빼 놓을 수 없는 과정이지만 울타리 주변에

울창하게 자라버린 잡목도 제거해야 경관도 좋아지고 땔감으로 유용하게 쓰이니까

어느것 부터 시작하느냐가 문제지 할 일은 태산이다.

 

무공해 농산물 마음대로 먹고 맑은공기 마시며 신선놀음 같이 평화롭게 지나는

산촌처럼 보이지만 끝없는 노력이 있어야 누릴 수 있는터라 어찌보면 도시나 산촌이나

사람사는 곳은 다 마찬가지가 아닌가...싶다.

 

그러나 단 한가지....

산촌에선 시키는 사람이 없다는거 자유스럽다는게 좋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하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