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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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며느리는 며느리인 것을... 1332.

혜 촌 2009. 11. 29.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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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다운 비가 오랫만에 산촌을 적신다.

은근히 첫 눈이라도 내려주길 기대했었는데 늦은 밤부터 시작한 비가

목마른 산촌을 촉촉히 적셔주고 있다.

덕분에 김장하고 남아있는 쌈배추들에겐  꿀맛같은 감로수가 되었지만....

 

비가내린 탓인지 아침부터 전화가 온다.

"아~레 약속한대로 우리집에서 저녁 묵구로 집사람 오라하소"...

그저께 사소한 일로 몇달간 소원하게 지내던 동네사람 두 집을 내가 중간에서서

부부같이 저녁을 먹어면서 화해토록했던 후렴인 셈이다.

"아!..예. 집사람한테 전화 해 보고 가능하면 참석하께요."...

 

집사람도 요즘 며느리 때문에 마음이 많이 상해있어서 기분도 풀어줄겸

"장사는 아줌마들 한테 맡기고 바람이나 쐬구로 촌에 온나"...하니

"오후에 분위기봐서요"...다.

속이 많이 상한게 안풀리고 맺혀있다는 표시다.

 

하긴 딸이없어서 아쉬웠던 우리 입장에선 며느리가 아니고 딸을 하나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그 기쁨이 1년만에 깨어지고나니 얼마나 서운하고

괘씸했을지 이해는 가지만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며느리는 며느리인 것을....

 

노인이 따로있는게 아니고 세월이 노인을 만들고 며느리도 세월이 지나면

언젠가 시어머니 되는데 현재만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의 당돌함이 혼란스럽다.

남아있는 시간의 안정감이 무너지는 느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