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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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면 되지.... 1655.

혜 촌 2011. 8. 2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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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계속 비가 내리는 탓에 고추가 빨갛게 익어 독이 올라있어도

딸 수도 없고 안 따고 그냥 조금 더 두면 꼭지채 흘러내려 버릴텐데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어 내 머리에도 독이 옮았는지 빨갛게 물들어 가고있다.

 

그렇다고 비 맞은 고추를 따면 마른수건으로 일일히 닦아 물기를 없애고

바로 황토방에 넣고 불을 지펴야 하는데 벌써 햇볕에 나가야 할 먼저 딴 고추들이

아직도 황토방 하나를 점령하고 있는터라 또 하나의 황토방 마져 불을 지펴야 할 판이다.

사람이 하늘을 보고 비가 오느니 안 오느니 시비할 수도 없고....

 

"저녁에 시간있나?..  영화보러가자!"

"뭘 볼낀데요?"...

"요새 그 최종병기 활인가 뭐 그거 재밋다더라 예약해놔라"....

밤 10시에 상영하는 영화관으로 여울이네와 우리 두 가족이 9시에 출발해서 보고나니

12시가 넘는다.

시간도 시간이라 배도 출출하지 오랫만에 흥미롭게 본 영화의 뒷맛도 있어

그냥 헤어질 수 없는 법, 돌아오는 길에 읍내에 잠시들려 닭다리 후라이드 사 들고와서

쐐주 한 병 비우고나니 고추색이던 내 머리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시간은 이미 새벽 1시를 넘어가고 있었지만...

 

"당신 오늘 무슨생각으로 영화 보러가자 했소?"

1년 만 인지 2년 만 인지도 헤깔리는 집사람이 은근히 기분좋은 눈치다.

이럴때를 놓치는 남자가 바보다.

내일 아침에 조금 늦게 일어나면 되지.....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