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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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만 하면 잘 하는데..... 1287.

혜 촌 2009. 10. 6.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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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도 안 뿌린 꽃 호박 한 놈이 제멋대로 줄기를 뻗어 느티나무에 까지

기 올라가더니 기어코 열매를 맺어 내 외로움 처럼 매달려 있다.

 

김장배추 무우 자라기만 기다리면서 간간히 풋고추나 따는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유일한 낙이라곤 감나무에 홍시 찾아다니며 까치보다 먼저 따 먹는 재민데

그것도 혼자하니 별 재미도 없고.....

 

거실 앞 축담에 평상이나 하나 만들어 붙일려니 조경삼아 심어 둔 사철나무가 걸리는데

뽑아서 옮기자니 지천이 나무라 마땅히 옮길곳도 없고 버리자니 지금까지 키워 온

시간이 아까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느티나무 그늘을 피해서 유일하게 햇볕이 잘 드는 곳이라 테크같은 평상 하나 만들어

붙여 놓으면 이것저것 햇볕에 말리기도 좋고 할일없는 가을볕에 낮잠 자기도 좋은 곳인데

돈 안되는 사철나무 핑게로 미적거리는 건 일을 피하기 위한 잔꾀인지도 모른다.

 

무엇이든 시작만 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이라 대충 때우는게 없는점은 좋은데

시작하기를 망설이는 천성 때문에 늘 외로운건지도 모른다.

그놈의 사랑도 시작 만 하면 잘 하는데 시작 할 곳을 찾지도 못하고 있으니....ㅎ

 

나도 모르게 빠져버린 가을에서 벗어나려면 뭔가 또 새로운 일거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엉뚱한 곳에서 찾지말고 예쁜 평상이나 하나 만들어야겠다.

이번 주말까지는 완성시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