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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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 열두잔을 마셔야 했으니.... 1091.

혜 촌 2009. 1. 3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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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뚧은 구멍에서 수액이 나오는 고로쇠 나무...

젖 주기를 기다려 온 엄마의 마음이

선녀의 젖줄로 속세와 이어지는 순간이다.

 

                                                                           

                                                        "삶의 체험현장"이라며 따라나선

                                        며느리와 안 사돈이 "돌쇠"와 함께 선녀임을 과시한다.

                                                               조금 서툴긴 하지만....

 

 

주말이라 집에 온 큰 놈을 고로쇠 꼽어러 가자고 살살 꼬셨드니

저거 집사람에 장모까지 모시고 나타 난 속셈은

고로쇠 물 빼면 장모한테도 한 통 주고 싶다는 걸 낸들 왜 모르리...

 

그래도 어설픈 나뭇꾼 행세지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이

지 애비 건강도 안 좋은데 깊은 산 속에서

혼자 무리하다 혹시 어찌될까봐 걱정하는게 눈에 빤히 보인다.

에구~ 착한 놈....ㅎ

 

산에서 미처 다 내려오기도 전에 "삐리릭..." 여울이네" 집에서

한잔 하잔다. 울산 지인이....

 

챙겨 간 황정살을 2등분 해서 반은 안 사돈,

나머지는 여울이네로 들고 가 가무없는 음주를 즐겼는데

떠나면서도 예의를 다 갖추려 찾아 준 안 사돈덕에

산촌에서 처음으로 "오늘은 내가 왕이 되었다"...

 

한 방울의 고로쇠 물을 받기 위해서

소주 열두잔을 마셔야 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