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방 터 고르기를 시작한지 꼭 한달이 지났는데 이제 겨우 구둘놓을
자리만 준비한채 벽 기초를 두 겹 째 올리고 있다.
물론 집 터를 새로 조성했기에 지반의 안정화 시기가 필요한 것 같아
시간을 좀 보내긴 했으나 기둥이며 서까레 등 나무자재 알아 본다고 여기저기 다닌것도
일 진척이 늦은 이유중의 하나다.
개떡같은 날씨 탓도 있었고....
아궁이도 좀 다듬고 방 바닥에 잡석도 더 넣고 외벽 기초블럭만 쌓으면
그런데로 집 틀이 잡혀갈 것 같은데 사방으로 빙 둘러 파 놓은 고래의 폭을
시멘트 블록 한 장 넓이라서 조금 좁은 듯 하지만 그대로 해 보기로 했다.
농장 길이 좁아 레미콘 차가 못 들어오니까 모래와 시멘트를 전부 손으로 섞어
작업을 하다보니 한 다라이 비벼 놓아봐야 블록 너댓장 쌓으면 없어지고
또 비벼오면 이번엔 블록이 모자라 가지러 가고....
혼자 북 치고 장구치며 나팔까지 부는데 죽어나는 건 내 몸이다.
게다가 누가있어 새참이라도 챙겨주면 좋으련만 녹초가 되서 들어오면
또 밥 해 먹어야하지....
누가 시키면 죽어도 안 할 일을 하고싶어 스스로 하는 일이라서 견뎌내지
그렇찮았으면 벌써 내팽개 쳤을것이다.
지친 몸 둥아리 좀 쉬려고 누워 빈둥거리면 그때부턴 머리속이 온통 황토방 자재와
모양들로 뒤범벅되어 이번에는 정신노동이 시작되는거다.
황토방을 여러 수백번도 더 지었다 헐었다 하며....
왠만하면 전문가 한테 돈 주고 맡 길 일이지 직접 그것도 혼자 짓는다는 건
세상에 쓸모없는 나 같은 사람이 시간이나 때우려고 하는 짓이지 정상은 아니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