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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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타고 난 불량품인지.... 1317.

혜 촌 2009. 11. 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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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의 미소....

모처럼 내리는 비를 맞이하는 배추가 얼마나 좋은지 살포시 미소짓고 있다.

어쩌면 선녀를 맞이하는 내 미소도 저럴지 모르지만....

 

하찮은 배추도 기다리던 비를 맞고 저렇게 좋아하는데 선녀를 기다리는 나뭇꾼은

얼마나 좋아할지 생각만 해도 뻔 하다.

 

 

모처럼 비 다운 비가 내리니까 배추들이 생기를 되찾아 속 살 찌우는 소리가 

뿌드득 뿌드득 들리는 듯 한데 정말 다행이다.

어쩌면 집사람 김장하러 오기전에 알찬 배추가 수십포기는 더 늘어날 것 같아서다.

 

다음주 부터는 다시 추워져서 영하로 내려가는 초겨울이 된다니까

배추가 자랄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지금인것 같은데 천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옥수(玉水)를 마음껏 마시고 속이 꽉 찬 배추가 되어주기를 바라는 농심이다.

 

인적없는 적막강산 산촌에서 배추의 미소가 보이고 살 찌는 소리가 들린다는건

내 마음이 열렸다는건데 이놈의 마음의 문이 한번 열리면 그대로 있어주면 좋으련만

열렸다 닫혔다를 찔뚝없이 반복하니 고장이나도 단단히 났거나 선천적으로

타고 난 불량품인지 모르겠다.

배추 살 찌는 소리말고도 바람소리 물 소리까지 들리는거 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