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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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의 숨결인지도 모른다..... 1239.

혜 촌 2009. 8. 7.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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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한 그리움 같은 안개에 빠져버린 산촌이 무기력한 기다림의 시간속에

깊이 잠 들어 있다.

 

"들앉자 뭐 하요? 장날인데....

읍내 장국이나 먹어러 갑시다."

울산지인의 전화 한 통에 비 속을 달려 소머리 수육에 소주 2병,  장국 한 그릇씩

거나하게 해치웠지만 외로움은 자리를 비켜주지 않는다.

"한숨자고 술 깨면 오후에 막걸리나 한잔 더 합시다"는 이야기만

머리속에 남아 있을 뿐.....

 

그런데 정말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봄에는 가물어서 생 난리를 쳤는데 지금은 또 비가 너무 자주와서 탈이니 말이다.

나락(벼)은 나락대로 이삭이 안 올라오지 채소는 채소대로 녹아내리지

과일도 싱거버서 맛도 없지...지금 농촌에선 난리다.

날씨 때문에 농사 피농한다고....

 

태풍이 바로 안 온 건 천만다행이지만 남의나라 가는 태풍 여불때기 때문에

이렇게 하루 종일 안개와 비와 외로움에 시달려야 하니....

 

그래도 좋다.

안개 낀 산촌이 좋다.

21도 밖에 안 되는 기온 탓인지 느티나무 밑에서 시원하게 오줌줄기 쏟아내고

코 끝으로 들이마시는 이 맑고 청아한 공기가 좋다.

 

안개내음으로 촉촉해진 이 맑은 공기가 바로 선녀의 숨결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