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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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를 기다리는 것도 그렇지만.... 1353.

혜 촌 2009. 12. 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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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보성에서 보내 온 녹차나무 39포기를 농장에서 가장 햇볕이 잘드는 곳에다

시험삼아 심었었는데 29포기가 살아있다.

성공이라 해야할지 실패라고 해야할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 극심한 봄 가믐에도

저렇게 살아있는 것 자체가 절반의 성공이라 하고싶다.

 

속단할순 없지만 저 녹차나무들이 올 겨울을 견뎌내기만 해 준다면

언젠가는 산촌의 녹차를 선녀들에게 대접 할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토질과 기온을 모른 채 심고싶은 과수나무나 채소를 무모하게 심고 가꾸는 일이

동네 토박이들이 볼 때는 웃기는 일이 될지언정 내게는 꿈과 희망을 심는 일이라

인연이 닿는데로 심고 가꾸어 볼 뿐 결과자체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본다.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그 덕분에 아직까지 동네에는 한 그루도 없는 단감나무가

유일하게 우리 농장에서만 수확이 되는 부러움도 받는다.

그러나 복숭아, 자두, 무화과, 호두나무는 살아 만 있지 제대로 열매를 맺지를 못하는

안타까움이 올해까지 이어져 오는데 녹차나무는 어떤 결과를 가져다줄지

목적지 없는 여행 티켓일 뿐이다.

 

녹차보다 더 좋은 헛개나무차, 생강나무차, 뽕잎차, 망개나무차들을 마음만 먹어면

언제라도 만들 수 있는 산촌에서 또 하나의 차를 위해 녹차나무를 심은것이

현실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허황된 욕심일지도 모른다.

하긴 선녀를 기다리는 것도 그렇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