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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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계(仙界)와 속세를 넘나들면서.... 1314.

혜 촌 2009. 11. 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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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섶을 헤치고 더덕과 도라지를 캤는데 어느구석에 처박혔는지 제대로 안 보여

양은 얼마 안 돼어도 굵기는 마음에 든다.

안 보이는 놈들이야 그냥 두어도 땅속에 있지 날아 갈 염려는 없으니 내년 봄

새싹이 돋어면 그때 캐기로 하고 내버려 두었다.

 

돌 덩어리 같은 흙에서 캐기도 힘 들었지만 캐는 거 보다는 저놈들 씻는게

훨씬 더 고달프다는 걸 미쳐 몰라 생 시껍했다.

도라지야 어차피 찟어서 나물 해 먹을거라 대충씻어 껍질 벗기면 되는데

더덕은 굵은 놈 골라 약술 좀 담굴라니 구석구석 칫솔로 쑤셔가며 흙을 씻어 내려니

성질 급한놈은 졸도하기 딱이다.

 

 

이왕 약술 담구는거 오가피도 땄다.

가시 오가피 나무 하나있는 거 별로 시원찮아 신경도 안 썼는데 오늘보니

약술 한병 담굴 분량의 열매가 그대로 달려있는게 아닌가....

 

허리 아픈데 그렇게나 좋다는 오가피 약술이니 일단 씻어 말리고 있다.

약술 담궈만 놓으면 언제 누가 먹게되든 허리아픈 사람한테는 도움이 될테니까.

도라지 굵은놈은 나물하기도 그렇고 대추넣고 푹~ 고아서 내가 마실꺼다.

담배에 찌들은 내 기관지나 좀 좋아지라고....

 

칡술에 포도주에 삼지구엽초, 대추주에 인동초, 두견주까지 담궈 논 약술이

2-3년씩 썩어(?)자빠지는데 또 더덕주에 오가피주라....

하긴 뭐 약술은 오래될수록 좋다니까 생기는데로 자꾸 담궈두었다가

약술 다 맛 보겠다고 찾아오는 선녀가 나타나면 그때 코가 비뚤어지도록 마시면 되겠지.

 

몽롱한 기분에 선계(仙界)와 속세를 넘나들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