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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의 장날이다.
주말만 되면 분교앞 다리걸에 장이 선다.
오늘도 장마비가 주춤한 사이
동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열무며, 상추, 감자, 파 등 온갖 푸성귀들을 내다놓고
휴일이라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에게 팔고있다.
봄이면 각종 산 나물, 여름이면 푸성귀
가을이면 과일류가 단골 매뉴인 이곳은
동네 할머니들의 놀이터겸 용돈 줄 이기도 한데
재미있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가지고 나온 걸 먼저 다 판 할머니는 기분이 좋다고
가게에서 소주나 사이다를 사서 나눠먹기도 하고
못 팔고있는 다른 할머니껄 대신 팔아주기도 해
정이 철철 넘치다가도
손님이 달라는게 부족해서 잠시 집에 더 가지러 간 사이
새치기로 자기껄 팔아버리는 할머니 들
그러고 나면 온 동네가 떠나갈듯이 입싸움을 하고
또 다음날이면 언제 그랬느냐는듯이 살아가는
산촌 할머니들의 모습.....
쫘르르르...소리내며 돌아가던 가설극장의 흑백영화처럼
빛 바랜 세월의 굴곡이 살아있는 전설로
아직도 산촌의 한 모퉁이에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