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모처럼 봄 기운이 대지에 가득하다
지난 가을에 김장배추 심느라고 고랑마다 덮어 둔 비닐을 벗겨냈다
비닐 쉬우기도 힘들지만 벗겨 내기도 수월찮다
비닐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 하며 봄을 기다리던 흙이
제 세상을 만난 양 춤추듯 부드럽고 폭신한게
금방이라도 무얼 심어면 잘 자라줄것 같다
잡초 때문에 비닐을 덮었지만
흙이야 얼마나 숨이 막히고 갑갑했을까....
내친김에 더덕 고랑에도 줄기 올라 가라고 쳐 놓았던
쇠 그물도 벗겨내고 나니 겨우내 움추려졌던
마음마저 홀가분하지만 저 폐 비닐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중이다
옛날같으면 불에 태워 버리면 되지만
내가 숨쉬는 이 맑은 산촌의 공기를 오염 시키긴 싫고
자루에라도 넣어서 동네 쓰레기 모우는 장소에 가져다 두어야지...
음력 이월 초 하루 "할만네 날"(할머니)이라고
오곡넣은 찰밥에 나물과 시원한 무우 두부국으로
우대장 집에서 아침겸 점심을 얻어먹고
저녁에 막걸리나 한잔 하려고 술사러 가렸드니
프랑크톤네가 벌써 사오고 있다나......
집안이 다 편하라고 정갈한 마음으로
한지로 "소지"(불태워 바침)올리던 옛 풍습처럼
고마운 이웃들에게 마음으로 "소지"를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