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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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일기.....22.

혜 촌 2005. 4. 23.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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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에 지뢰밭이 하나 생겼다

 

집 뒤켠에 있는 오죽(烏竹) 대나무에 새순이 올라오기 때문에

함부로 막 밟고 다니다가는 죽순을 다 밟게 생겼다

 

고추심을 고랑이랑 콩 심을 고랑 만든다고

뒤켠에는 신경도 못써서 풀밭이 되어있는데

김장김치 묻어 놓은걸 꺼내려 가다보니

발끝에서 무엇이 뭉클한다

 

풀을 대충 걷어내고 보니 오죽의 죽순이 아닌가?

옛날에는 이 오죽으로 할아버지들 담뱃대도 만들고

제법 흔했는데 요즘은 흔치도 않고

부잣집 정원에 조경용으로 쓴다고 값도 더럽게 비싸다

한포기에 2만 5천원 달라던가.....

 

얼마전 집사람 가게에 오죽을 스치로폼 박스에 담아 가져다 놓았드니

여러사람이 탐을 내곤해서 새 순 올라오면

예쁜놈으로 화분에 심어서 드리겠다고 한 약속도 있고해서

상주에 묘목사러 갔다오면서 칠곡 어느길가에서

거금 4만원을 주고 화분도 두개도 사다 놓았다

 

오죽을 옮길때는 지금처럼 새 순이 올라올때

삽으로 마디 마디 잘라 놓았다가

원 뿌리가 끊어져도 새 잔뿌리가 나와서

스스로 살아있는 놈만 화분에 옮기면 잘 산다

 

대우에 김우중씨가 그랬든가?  "세상은 넓고 할일은 많다" 고....

이것 저것 혼자서 바빠 죽겠는데 오죽까지 올라와서

육신을 만신창이로 만든다

 

"농장은 좁아도 할일은 태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