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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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일기.....12.

혜 촌 2005. 4. 6.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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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할아버지..."
10초에 한번씩 불러제끼며 졸졸 따라 다니는
처 사촌조카의 딸 애 때문에 어제는 하루 종일
마음이 간지러워 혼났다

네대의 차에 두살짜리부터 열살까지의 꼬맹이들을 옹기종기 태우고
처 조카의 친구가족들이 처들어 오고부터
감자 다섯 고랑, 황기, 당귀, 고소를 다 심을때 까지
고랑마다 따라다니며 "할아버지..뭐해요?"
"할아버지 나도 할래요"
"할아버지... 케익처럼 만들어요" 하면서
방금 씨 뿌려 흙 덮어둔 곳에 돌을 주워다 콕콕 박아넣고....

아들 두놈 다 아직 미혼인데
때 아닌 할아버지 소리가 어쩌면 그렇게 어색하고 간지러운지
하던 일을 멈추고 " 다했다 나가자"하면서
밭에서 나오려니 또
"할아버지 나 안아주세요.."
눈에 넣어도 아플 것 같지않는 다섯살짜리 공주....
이래서 다 딸이 좋다고 하는구나... 하는데 또
"할아버지 안 무거워요..?"
아이구 그놈의 할아버지 소리.....

처 조카 친구놈들 한테는 식목일 기념식수 하라고
사철나무 60그루를 원두막 옆에 심어랬드니
땀을 팟죽같이 흘리며 낑낑대다가
다 심고는 자신들도 흐뭇한지
더 시키실것 없느냐고 큰소리다.

텅빈 저 밭에다 하나, 둘 무언가를 다 심어야 하는데
조금 덥기까지 한 봄의 한가운데서
그놈의 "할아버지" 때문에 한 나절을
간지러운 마음으로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