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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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일기.....10.

혜 촌 2005. 3. 3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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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를 심을려고 밭에 로타리를 치려니까

지난해 심었던 해바라기, 옥수숫대들이 잡초와 엉켜 엉망이다

마침 바람도 잔잔하고 해서 잡초를 태우려고 밭에 불을 놓았다

혹시나 해서 호수를 길게 연결해서 물을 틀어놓고.....

 

얼마 동안은 고르게 잘 타길래 물 호스로 

밭둑의 감나무랑 은행, 대추, 두릅나무등에 물이나 주면서 즐겼는데

바람이 살랑 거리더니 갑자기 방향도 바뀌고

잡초타는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밭둑쪽으로 쳐들어 온다

밭둑 지나면 옆에 소나무 숲인데......

 

물 호스로 정신없이 밭둑 쪽으로 뿌리는데도

불길이 세어서 얼굴이 화끈거리며 숨 쉴수도 없는게 아닌가?

아차 ! 싶어서 불길에다 물을 뿌리며

동네에 전화하려고 막 생각하는데

바람 방향이 확 바뀌면서 밭 안으로 타들어간다

 

어쨌든 밭의 잡초는 다 태웠지만 불이란게 정말 무섭다

조금만 바람이 더 세었거나 물 호스를 가져다놓지 않았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음부턴 혼자 있을땐 절대로 잡초 태우기는 말아야지

 

봄은 이미 내 품안에 가득한데

할 일이 산더미같은 산촌 황토방에는

늙은 호박 삶는 냄새가 구수하다

오늘 밤까지 다 삶겨 지려나.....?

 

< 사진설명 : 까만 부분 두 곳이 잡초 태운 자리.....혼났네.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