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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자마자 숨 가쁘게 달려오는 가을이 산초나무에도 조롱조롱 매달려
내 손등과 팔뚝에 날카로운 침을 박을려고 유혹하고 있다.
작년에 무수히 찔려 가면서 따 둔 산초가루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데
또 따 봐야 딱히 쓸 곳도 없고 그렇다고 저 빨간 산초 열매를 보고
안 딸 수도 없는 진퇴양난이다.
꼭 필요한 사람이 있어면 틈 나는데로 와서 따 가면 좋으련만
내가 가시에 찔려가며 따 말려 가루로 만들어 선물이라도 하려해도
딱히 할만 한 곳이 없다.
특별한 기온차이 때문에 향이 유독 진 하게 풍기는 특급 산초가루지만
일반 가정에서는 사용처가 별로 없기 때문에 선물 받아도 시큰둥 한 걸
잘 알기에 귀하게 심은 산초나무가 이젠 천덕꾸러기로 전락 하게�다.
추어탕엔 필수고 매운탕이나 시락국에 넣어도 참 좋은데....
작년에도 침대 방 창문을 가린다고 두 그루나 베에 내었는데
올해도 찾는 사람이 없어면 우리 먹을 양으로 충분한 두 그루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세 그루는 베어 버려야 겠다.
열매를 따 주지 못 하는 아픔이라도 덜게.....
맛 있고 향기로운 것이라면 누구나 다 좋아 할 줄 알고 넉넉히 심었지만
막상 세상인심은 아무리 맛 있고 향기로와도 다 키우고 따서 먹도록까지
만들어 그냥 주어야만 좋아 한다는 걸 깨닫는데도 몇년이 걸렸다.
나눔이나 사랑이나 실천 한다는 건 아픔과 희생이 따라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