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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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촌일기 ..... 937.

혜 촌 2008. 7. 1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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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

더위가 절정의 순간을 넘어서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

 

이슬이 채 마르기도 전 부터 캐기 시작 한 감자를 겨우 두 고랑

캐고나니 더워서 도저히 더 못 캐고 한 고랑은 남겨 두었다.

해그름에 캐던지 내일 새벽에 캐든지 해야지.....

 

종자 탓인지 거름 탓인지 생각보다 수확량은 많은데 주먹만큼

굵은 건 10% 정도 밖에 안되어도 썩은게 별로없어 천만 다행이다.

 

해마다 감자를 심은 것 중에서는 금년 감자 수확량이 제일 많은데

두 고랑에 여섯박스 나왔으니 다 캐면 아홉박스는 될 것 같다.

 

"조강지처 클럽"이라는 연속극의 바람둥이 "원수"같이 물을 두 번이나

뒤집어쓰며 한 고랑 마져 캘려다가 참고 원두막에 올라 어제 밤

9시까지 까다가 남겨 둔 강낭콩 껍질을 까는데 온도가 32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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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웬만큼만 더우면 껍질까는 이 일은 꼭 옷 벗기고 속살을

보는 것 같아 재미가 있는데도 시큰둥해서 한 놈 까고는 고개들어

동네쪽 길 한번 쳐다보고 또 한 놈 까고는 고개들어.....

 

나중에는 고개도 아프고 눈 알까지 쑥 들어 간 느낌이다.

오지도 않는 선녀 행여나 올까...하고 쳐다 본거지만......ㅎ

 

감자랑 강낭콩 조금씩 챙겨서 여울이네와 동네 정자지은 기념으로

술 한잔 하러 온다는 울산 지인에게 나눠주는 여유로움은 이미

몸에 베여있는데 그놈의 일 하는 건 왜 아무리해도 몸에 베이지 않을까....

 

열심히 일 한 뒤의 수확과 나눔이 주는 즐거움과 선녀를 만나는 즐거움 중

어느것이 더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