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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품은 된장이 장독 속에서 잘 익어간다.
고로쇠 물 속에서 동동 뜬 메주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아
굳어버린 육신을 녹히고 있다.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이 거슬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걸 보면
멍청해진 몸과 마음에 봄이 숨어 들었나보다.
어제 밤 늦도록 마신 술 탓일까....
생일을 안 해 먹어야 자식들 한테 좋다기에 그러자고는 했지만
그렇다고 아무도 말 한마디도 안해주고 넘겨버린
어제보다 오히려 오늘이 더 쓸쓸하다.
까짓거 해 마다 돌아오는 생일 내년에 또 해먹으면 되지 싶은데도
자꾸만 밟히는 못난 생각들을 위해
마음 속에도 저런 장독 하나 묻어야겠다.
이런저런 상념들과 부질없는 욕심
허망한 기다림을 다 집어 넣고 푹 �혀나 볼까.
맛있는 된장은 안 돼더라도 잘 숙성된 삶의 감로수가 될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