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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춘(立春)이 엿세 밖에 안 남아서 그런지 먼 산에 눈이 있어도
바람결에는 향기가 묻어있다.
오늘쯤이면 저 눈도 다 녹아질꺼고 내일이면 저 기슭 골짜기를 헤메며
고로쇠 물 작업을 해야 한다.
선녀에게 드릴 옥수(玉水)를 자연에서 채취하는 일 자체가 나도 자연에
묻히는 것으로 작업이 외롭긴 하지만 결과는 달다.
동네에서 빨리 시작한 사람들은 벌써 서너말 수확 해 팔기도 했다는데
원래 소규모인 나는 양보다는 질로 가까운 친지들과 나눠 마시는걸로
만족 해 오는데 부족함은 없다.
해 마다 산 속에서 수확한 고로쇠를 농장까지 바로 내려오도록 연결 해
보는것이 꿈이었지만 올해는 그 꿈을 접었다.
계곡에서 수집한 고로쇠를 농장이 보이는 언덕의 집수통까지 들고 오는일이
가장 힘들고 부담스럽긴 해도 자연이 그렇게 하라고 만들어 둔 지형을
인위적으로 만들기가 싫어서다.
무리한 꿈은 버릴 줄 알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마음이 생기는것.....
나이 탓인지 자연에 동화되어 가는 중인지는 모르지만 다행스럽다.
그래도 버리지 못하는 꿈, 오지않는 선녀를 기다리는 것은
숙명이라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