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카테고리 없음

비 온 다음날 바람불면 ....

혜 촌 2018. 9. 10. 21:41
728x90




나도 모르는 사이에 찾아 온 가을이

알밤이라는 멋진 선물을 가지고 왔는데

멀쩡한 놈들은 비닐 봉투에 바리바리 싸서

어디도 줘야하고 누구도 줘야한다며 

집사람이 왕창 챙겨버리고.....


내 몫이라곤 벌레 먹은 놈이나 먹힐뻔 한놈

지금도 먹히고 있는놈들 몽땅 챙겨서

칼로 벗기고 깍고 도려내고 다듬어서

밥할 때 넣어 먹어려고 하는데.....




"아이구~~ 힘드는데 뭐할라꼬 그리깍소!

작년꺼도 많이 남아있는데..."

집사람이 핀잔을 주며 김치 냉장고에서 꺼집어 내 온

깍은밤이 저렇게나 많다.


혹시나 고운님 오시면 하얀 쌀에 노란 밤 밥 해드릴려고

꼬불쳐 놓은 것인데 개코나 누가 와야 해 주지....


어차피 작년은 작년이고 올해 햇밤이니

밥이나 한번 해 먹어보자고 살살~ 꼬셔서

방금 깐 밤으로 밥 해 놓으니 그야말로 꿀맛이다.


밤을 줍는거도 밤 밥을 얻어 먹는것도

다 하늘의 뜻이라 생각하면서도

군밤 만들 밤이며 밤 밥 할 밤이며....


비 온 다음날 바람불면 알밤 억수로

떨어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