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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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 둔 시간만큼 채워야 할 시간.... 1836.

혜 촌 2012. 9. 27.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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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름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산촌에는

단감도 익어 노렇게 물들고

 

 동네 할머니들과 숨바꼭질하던 알 밤도

나무 밑에 제멋데로 떨어져 뒹굴고

 

 여울이네보고 한번 씩 따다 먹어랬던 포고버섯도

늙은 주인의 여행길 마냥 너무 커 버린 몸둥이가 피곤에 젖어있고

 

수확철을 넘긴 땅콩은 쥔지 샌지 모를 어느놈이 벌써

저렇게 군데군데 맛을 보고다닌 흔적이

주인없는 산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나 대신(?) 잠시다녀 간 태풍이란 놈은

닭장 천정그물을 찟어서 네 마리를 해치웠고

막바지 고춧대에 무슨 짓을 하였는지  

힘없이 늘어 진 고추가 고개를 숙인 채

하늘을 찌르는 잡초의 기세에 맥을 못 춘다.

 

비워 둔 시간만큼 채워야 할 시간의 첫번째 과제는

태풍으로 끊어진 산수(山水)를 복원하는 일이다.

물은 생명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