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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간의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산촌에는
단감도 익어 노렇게 물들고
동네 할머니들과 숨바꼭질하던 알 밤도
나무 밑에 제멋데로 떨어져 뒹굴고
여울이네보고 한번 씩 따다 먹어랬던 포고버섯도
늙은 주인의 여행길 마냥 너무 커 버린 몸둥이가 피곤에 젖어있고
수확철을 넘긴 땅콩은 쥔지 샌지 모를 어느놈이 벌써
저렇게 군데군데 맛을 보고다닌 흔적이
주인없는 산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동안 나 대신(?) 잠시다녀 간 태풍이란 놈은
닭장 천정그물을 찟어서 네 마리를 해치웠고
막바지 고춧대에 무슨 짓을 하였는지
힘없이 늘어 진 고추가 고개를 숙인 채
하늘을 찌르는 잡초의 기세에 맥을 못 춘다.
비워 둔 시간만큼 채워야 할 시간의 첫번째 과제는
태풍으로 끊어진 산수(山水)를 복원하는 일이다.
물은 생명이고 사랑이고 그리움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