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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보다는 바람이 얼마나 세게 부는지
원두막의 시레기와 오죽 대나무가 심하게 흔들린다.
강아지들도 전부 원두막 밑으로 피신하고...
이런날은 산이 미끄러워 오르지도 못 하지만
가 봐도 고로쇠 물이 없을게 뻔 하다.
바람이 불면 물이 안 나오니까...
바람에 섞여 내리는 비에다 짙은 회색으로 내려앉은 하늘
하릴없는 조바심에 사람이 그리운 산촌의
전형적인 땡땡이 치는 날이 오늘같은 날이다.
비가오면 생각나는 사람....
노랫말 같이 핑크빛은 풍기지 않드라도
후배놈이라도 한 놈 나타나면 칙사대접 받을텐데
눈치없는 인간들이 행님 심심한 걸 아는지나 모르겠다.
오늘같은 날에는
누군가 옆구리만 찌르면 어제 소개 한 오리 날개구이로
맛있는 시간을 함께 보낼텐데 아쉽다.
굳이 선녀나 공주가 아닌 마당쇠도 좋은데...ㅎ
하긴 뭐 내일이 장 담구는 말 날인지 몰라도
집사람이 아침부터 장 담구러 온다니까
오늘밤만 잘 버티면 되겠지.
괜히 날씨가 꾸리하니 별 생각을 다 하는 심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