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일기

山村의 日常과 사랑을 전하는 풀잎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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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싶은 건 안 그런 척 하고.... 1393.

혜 촌 2010. 2. 2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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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가는 길이다.

길 따라 깔려있는 산수(山水)호스 근처에는 눈이 다 녹아있다.

얼지않은 물이 흐르다보니 덮혔던 눈이 녹아버리고

호스 속으로 봄이 오는가 보다.

 

보고싶은 건 안 그런 척 하고 잘 참고 넘기지만

하고싶은 건 기어히 해야 직성이 풀리는지라 영상 6도까지 올라가는 걸 보고는

고로쇠 물이 어떻게 돼 있는지 궁금해서 견딜수가 없어 산에 올랐다.

 

눈길이라 끝까지 다 갔다오기는 무리고 중간쯤에 있는

네 그루의 고로쇠 나무 상태만 봐도 전체를 짐작할 수 있기에

돌쇠 놈 만 데리고 갔드니....

 

 

짐작한데로 나무마다 고로쇠 물이 가득한체 눈 속에 묻혀 얼어있다.

 

눈에서 꺼집어 내니 저렇게 돌 틈에서 구부러진 모습 그대로 나오는데

손은 시려도 마음은 날아갈듯 가볍다.

이곳에 고로쇠가 이 정도면 산 속의 고로쇠들도 전부 배불떼기가 되어

내 손을 기다리고 있을테니까....

 

마침 전화 온 아들놈에게 이야기하니 일요일날 와서 도와주겠다지

신이 난 김에 집사람에게 전화해서 자랑삼아 떠버리니

좋단다.  집사람도...

 

확실하진 않지만 이번 일요일 작업으로 그 동안 밀렸던 주문은

전부 해결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꼭 빚쟁이 빚 청산하게된 기분이다.ㅎ 

 

이왕 온 김에 얼음덩어리 고로쇠를 손바닥 온기로 녹혀가며 빼내서 들고 내려오는데

미끄러운 산길에도 콧 노래가 절로 나온다.

자연은 기다리게는 해도 배신하지는 않는다는 진리를 깨우치며....